제 작은 아들놈이 사진에서 열심히 조물락거리고 있는 것은 건담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지옹그' 로봇입니다. 이게 가격이 무려 11만원짜리인데요. 저도 이만한 가격의 장난감을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저만할 때에도, 지금까지도요. 그래서 부럽...습니다. ㅎ;;
저녀석이 저걸 가질 수 있게 된 것은, 한 4년쯤 전에 도입한 '우리집 블랙프라이데이' 제도 덕분입니다.
4년전, 저와 마눌님은 아들들의 크리스마스 선물 문제로 여러가지로 골머리를 썩이고 있었습니다. 그 고민들을 대략 나열해보면.
1. 요늠들이 갖고 싶어하는 선물이 해마다 계속 비싸져서 부담이 너무 커진다.
2. 금전 부담이야 감수하더라도 지나치게 비싼 물건을 공짜로 갖는 데에 너무 익숙해질 우려가 있다.
3. 한정적인 금액 내에서 선물 골라주기가 점점 귀찮아진다.
고민고민 하다가, 이 세가지를 한꺼번에 해결할 묘책을 생각해냈습니다. 이른바 '블랙프라이데이' 제도. 그 제도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앞으로 선물은 절대 안사준다. (일제히 으악!)
2. 대신 크리스마스와 생일까지 열심히 돈을 모아라.
3. 모은 돈의 두배까지 원하는 장난감을 사주겠다.
즉 어떤 장난감이든 생일과 크리스마스에는 무조건 반값 할인이다.
첫해에는 요녀석들이 이 제도의 활용방법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 불만이 속출했더랬습니다. 싼거라도 그냥 사주면 안돼요, 돈 모으기가 너무 힘들어요 등등. 작은놈은 삐지기만 하면 '선물도 안사주면서!'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둘째해부터 요녀석들이 좀씩 제대로 활용하기 시작하더니, 지난 크리스마스에는 두 녀석이 각각 9만원, 6만원을 모았습니다. 학교 오가면서 지들 먹고 싶은 떡볶이나 아이스크림을 두번 먹을 걸 한번 참고 하면서 악착같이 돈을 모아서요.
그래서 작은놈은 사진에서 보이는 11만원짜리 지옹그를 주문해줬고, 큰놈은 사진은 안찍었습니다만 18만원짜리 레고를 샀습니다. 지난해 생일에는, 큰놈이 무려 25만원이 넘어가는 레고 밀레니엄팔콘을 샀었지요.
한가지 부작용이라면, 물론 이녀석들이 돈을 열심히 모으는 만큼 제 출혈도 동일한 액수로 커진다는 건데요. 흥청망청 떡볶이를 사먹던 놈들이 저축하는 습관을 제대로 들인 것만으로도, 그런 정도의 출혈은 충분히 감수할만 한 것 같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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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제도 알아갑니다. 저희도 써먹어봐야겠군요. ^^;